전도서 3:1-15
전도서 3장 설교 — 모든 일에 때가 있으나 그 때는 사람의 손에 있지 않다
전도서 3장은 장례식과 송년 예배, 인생의 굽이마다 자연스럽게 불려 나오는 본문입니다. 그러나 1-8절의 시가 워낙 아름다워서, 설교가 그 시에 머물다 9-15절의 무거운 질문과 하나님의 일하심에 이르지 못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 본문은 설교자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다 살리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 두는 일을 요구하며, 설교 후에 녹음으로 그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Preaching Lab 같은 도구로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본문 한눈에
- 1절은 모든 일에 기한과 때가 있다는 명제를 세우고, 2-8절은 그것을 열네 쌍의 대구로 펼칩니다. 나고 죽는 일에서 시작하여 전쟁과 평화로 끝나는 이 쌍들은 인생의 전 영역을 훑습니다.
- 9절은 갑자기 시선을 바꿉니다. 그 모든 수고에서 사람이 얻는 유익이 무엇이냐는 1장의 질문이 다시 돌아옵니다. 시의 아름다움이 곧바로 답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10-11절은 하나님이 모든 것을 그 때에 아름답게 지으셨으나, 사람의 마음에 영원을 두셨기에 사람은 하나님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헤아리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본문의 긴장은 여기서 가장 팽팽합니다.
- 12-13절은 그 긴장 속에서 사람에게 허락된 몫을 말합니다. 기뻐하며 선을 행하고, 먹고 마시며 수고 가운데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 14-15절은 하나님의 일이 영원하고 더하거나 뺄 수 없으며,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까닭은 사람이 그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맺습니다. 시에서 시작한 본문이 경외로 끝납니다.
설교가 갈 수 있는 길 셋
때를 정하시는 분과 때를 살아가는 사람
1-8절의 쌍들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 두고, 11절과 14절을 축으로 삼아 사람은 때를 정하지 못하고 다만 살아갈 뿐임을 설교하는 길입니다. 회중이 지금 지나고 있는 때가 무엇이든 그것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위로가 됩니다. 다만 이 방향은 9절의 질문을 가볍게 넘기기 쉬워서, 주권을 말하기 전에 그 질문의 무게를 먼저 회중과 함께 느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과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일
11절 한 절을 중심에 두고, 사람이 왜 만족하지 못하는지를 설교하는 길입니다. 하나님이 사람 안에 영원을 두셨기에 사람은 시간 안의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으며, 동시에 하나님의 일 전체를 볼 수 없어 답답해합니다. 이 방향은 신약의 부활과 새 창조로 이어 가기가 자연스럽지만, 전도서 자체가 말하지 않는 것을 너무 빨리 말하면 본문의 정직한 답답함이 사라집니다.
허락된 몫을 기쁨으로 받는 삶
12-13절의 먹고 마시며 수고 가운데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말씀을 앞세우는 길입니다. 인생의 큰 그림을 다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실제로 주신 것이 무엇인지, 오늘의 밥상과 오늘의 일이 왜 선물인지를 설교합니다. 이 방향은 자칫 소박한 행복론으로 내려앉기 쉬워서, 14절의 경외와 반드시 묶어 두어야 합니다.
이 본문에서 흔히 어긋나는 자리
시에서 멈추고 9절로 건너가지 않음
2-8절의 대구가 아름다워서 설교가 그 쌍들을 하나씩 풀이하는 데 시간을 다 쓰고, 9절의 질문과 11절의 긴장, 14절의 경외에는 몇 문장만 남기는 일이 흔합니다. 그러면 본문이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가 주는 느낌이 설교가 됩니다. 1-8절이 설교 전체의 절반을 넘으면 뒷부분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때를 사람이 분별해야 할 과제로 바꿈
이 본문을 지금이 심을 때인지 거둘 때인지, 말할 때인지 잠잠할 때인지 잘 분별하라는 지혜 훈계로 읽는 설교가 많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때를 분별하는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때를 정하시는 하나님과 그것을 다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분별의 교훈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것을 대지로 세우면 11절과 14절이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전도서의 정직함을 신약으로 너무 빨리 덮음
11절의 헤아리지 못함을 말하자마자 그리스도 안에서 다 알게 되었다고 넘어가면, 회중 가운데 실제로 헤아리지 못하는 때를 지나는 분들은 자기 자리를 잃습니다. 전도서가 정경에 있는 까닭은 그 답답함이 신앙 안에서도 정직하게 말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말하되, 본문이 먼저 하는 말을 다 하게 한 뒤에 말하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설교하신 뒤 스스로 물을 다섯 가지
- 녹음에서 1-8절에 쓴 시간과 9-15절에 쓴 시간을 재어 보셨을 때, 어느 쪽이 길었습니까. 9절의 질문이 설교 안에서 실제로 한 번이라도 회중을 향해 던져졌는지, 던져졌다면 몇 분 지점인지 찾아보십시오.
- 11절의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과 하나님의 일을 헤아리지 못함, 이 둘 가운데 설교가 어느 쪽만 말하고 다른 쪽은 건너뛰지 않았는지요. 전사본에서 두 구절이 각각 몇 번 언급되었는지 세어 보십시오.
- 14절의 경외라는 말이 설교에서 실제로 나왔는지, 나왔다면 결론 몇 문장 안에 스쳐 지나갔는지 아니면 대지로 세워졌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 예화 가운데 본문의 쌍 하나를 그대로 보여 준 것과, 본문과 무관하게 인생무상이나 세월의 빠름을 말한 것이 각각 몇 개였습니까. 인생무상 예화가 본문의 예화보다 많았다면 회중은 전도서가 아니라 그 예화를 기억합니다.
- 12-13절의 먹고 마시며 낙을 누리라는 말씀을 설교하실 때, 그것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명시한 문장이 있었는지, 아니면 긍정적으로 살자는 권면으로 들릴 만한 문장으로 끝났는지 전사본에서 그 자리를 찾아보십시오.
적용이 붕 뜨지 않게
이 본문에서 방향만 있는 적용은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자, 주어진 것에 감사하자로 끝납니다. 그런 말은 틀리지 않으나 회중이 다음 주일까지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자리 잡은 적용은 12-13절이 말하는 허락된 몫을 이번 주의 특정한 밥상, 특정한 일, 특정한 사람에게 연결하고, 11절이 말하는 헤아리지 못함을 지금 붙들고 있는 구체적인 한 가지 질문에 연결합니다.
- 이번 주 저녁 식사 한 번을 골라, 먹기 전에 13절을 읽고 오늘 이 밥상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소리 내어 말한 뒤 먹어 보십시오.
- 지금 왜 이런 때를 지나는지 답을 못 찾은 일 한 가지를 종이에 적고, 그 옆에 11절을 옮겨 적어 한 주 동안 지갑이나 책상에 두어 보십시오.
- 2-8절의 쌍 가운데 지금 나에게 해당하는 쌍 하나를 골라, 그 때를 함께 지나는 사람 한 명에게 이번 주 안에 전화나 방문으로 찾아가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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