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aching Lab

신년 주일 · 이사야 43:18-21 · 시편 90편 · 빌립보서 3:12-14 · 예레미야애가 3:22-23

신년 설교 —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한 해를 여는 강단

새해 첫 주일 강단에는 이미 자리에 앉기 전부터 회중의 기대가 얹혀 있습니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출발, 새로운 복을 듣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 날 자주 펼치는 본문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결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행하심에서 출발하며, 그래서 설교자에게 조용히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회중의 새해 기대를 본문이 실제로 말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되, 그 기대를 무시하지도 부추기지도 않는 일입니다.

본문 한눈에

  1. 이사야 43:18-21은 포로 된 백성에게 출애굽의 기억을 붙들지 말고 지금 광야에 내시는 새 길을 보라고 하십니다. 새 일의 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십니다.
  2. 시편 90편은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서 짧고 수고로운 인생을 세어 보게 하고, 그 자리에서 지혜의 마음과 손의 행사를 견고하게 하시는 은총을 구합니다.
  3. 빌립보서 3:12-14는 이미 얻은 것도 아니고 온전해진 것도 아니라는 고백에서 시작하여, 뒤를 잊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 이유가 그리스도께 붙잡힌 데 있다고 말합니다.
  4. 예레미야애가 3:22-23은 폐허 한가운데서 아침마다 새로운 긍휼을 노래합니다. 새로움은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실하심에 있습니다.
  5. 이 날 강단이 요구받는 것은 새해의 들뜬 기운에 본문을 얹는 일이 아니라, 본문이 말하는 새로움이 무엇인지 회중이 분명히 알고 돌아가게 하는 일입니다.

설교가 갈 수 있는 길 셋

새 일의 주어는 하나님이시다 (이사야 43:18-21)

이 본문은 새해 결심을 독려하는 말씀이 아니라, 바벨론에 갇힌 백성에게 하나님께서 친히 광야에 길을 내신다는 선언입니다. 옛 일을 기억하지 말라는 명령은 출애굽조차 붙들 대상이 아니라 새 일을 예고하는 그림자였다는 뜻입니다. 이 방향으로 가면 설교의 무게가 회중의 다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에 실리는데, 그만큼 설교자는 19절의 새 일이 오늘 회중에게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야 할 부담을 집니다.

날을 세는 지혜 (시편 90편)

신년에 이 시편을 펼치면 회중은 한 해를 계획하는 마음으로 듣지만, 본문은 먼저 인생의 짧음과 하나님의 진노 앞에 서게 합니다. 12절의 지혜는 계획을 잘 세우는 요령이 아니라 유한한 존재가 영원하신 분 앞에서 살아가는 자세입니다. 이 갈래를 택하시면 3절부터 11절의 무거운 부분을 건너뛰지 않으셔야 14절과 17절의 은총과 견고함이 값싸지지 않습니다.

뒤를 잊고 앞으로 (빌립보서 3:12-14)

새해 첫 주일에 가장 익숙한 본문이지만, 13절의 잊음은 지난해의 실패를 털어 버리라는 심리적 조언이 아닙니다. 바울이 잊는 것은 7절부터 이어지는 자기 의의 목록이고, 달려가는 힘은 12절의 그리스도께 잡힌 바 됨에서 나옵니다. 이 방향으로 가시면 목표와 열심을 말하되 그 순서를 뒤집지 않는 것이 관건이며, 애가 3:22-23의 아침마다 새로운 긍휼을 함께 두시면 달려가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더 분명해집니다.

이 본문에서 흔히 어긋나는 자리

결심 설교로 흘러가는 것

신년 강단에서 가장 흔한 미끄러짐은 네 본문 모두를 새해 다짐의 근거로 바꾸어 읽는 것입니다. 이사야 43장의 새 일은 하나님의 일이고, 빌립보서 3장의 달려감은 붙잡힌 자의 반응이며, 애가 3장의 새로움은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복음이 먼저 선포되지 않으면 적용은 열심 있는 성도에게는 부담, 지친 성도에게는 정죄가 됩니다.

어두운 절을 건너뛰는 것

시편 90편의 3절부터 11절, 애가 3장의 19절부터 21절은 새해 분위기와 맞지 않아 보여서 자주 생략됩니다. 그런데 그 절들을 빼면 12절의 지혜도 22절의 긍휼도 왜 노래가 되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폐허와 유한함을 정직하게 말한 뒤에야 새로움이 위로가 됩니다.

새해 예화가 본문을 대신하는 것

해돋이, 새 달력, 마라톤 출발선 같은 예화가 설교 앞머리를 차지하고 본문은 그 예화를 뒷받침하는 인용으로 밀려나는 일이 잦습니다. 예화는 본문이 이미 말한 것을 회중의 삶 가까이 가져오는 도구이지, 본문이 말하지 않은 새해 낙관을 들여오는 통로가 아닙니다. 예화 뒤에 본문으로 돌아가는 문장이 없으면 회중은 예화만 기억합니다.

설교하신 뒤 스스로 물을 다섯 가지

  1. 설교 전체에서 새 일, 새로움, 달려감의 주어가 하나님 또는 그리스도로 나온 문장과 회중 또는 우리로 나온 문장을 각각 세어 보셨을 때, 어느 쪽이 많았고 어느 순서로 나왔는지요.
  2. 이사야 43:18-19를 본문으로 삼으셨다면, 바벨론 포로라는 원래 청중의 상황을 설교 안에서 한 번이라도 언급하셨는지요. 아니면 곧바로 오늘 우리의 새해로 건너뛰셨는지요.
  3. 시편 90편이나 예레미야애가 3장을 다루셨다면, 3절부터 11절 또는 19절부터 21절의 무거운 대목에 몇 분을 쓰셨고, 그 대목을 설명한 뒤에 은총과 긍휼로 넘어갔는지 녹음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4. 빌립보서 3:13의 잊는다는 말을 설명하실 때, 12절의 붙잡힌 바 됨과 7절부터 11절의 맥락을 함께 말씀하셨는지, 아니면 지난해의 실패를 잊으라는 뜻으로만 풀으셨는지요.
  5. 설교의 첫 삼 분에 새해 예화나 인사가 차지한 분량과 본문이 처음 읽히거나 언급된 시점이 몇 분 몇 초였는지 확인해 보시고, 예화 뒤에 본문으로 돌아가는 문장이 실제로 있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적용이 붕 뜨지 않게

방향만 있는 적용은 새해에는 하나님을 더 신뢰합시다,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갑시다로 끝납니다. 회중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월요일에 무엇을 할지 모릅니다. 착지한 적용은 이 본문이 말하는 새로움과 신뢰를 다음 주일 전에 손으로 해 볼 수 있는 한 가지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 한 가지가 작고 구체적일수록 회중은 본문을 몸으로 기억합니다.

이 설교 녹음으로 리포트 받기Preaching Lab 이 무엇인지 보기

함께 보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