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aching Lab

송구영신 · 시편 90편 · 신명기 8:2-3 · 시편 103:1-5 · 예레미야애가 3:22-23

송구영신 설교 — 한 해를 세어 보는 지혜, 잊지 않는 기억

송구영신 예배는 한 해의 마지막 밤에 회중이 자기 삶을 하나님 앞에 펼쳐 놓는 자리이고, 시편 90편과 신명기 8장, 시편 103편은 그 펼쳐 놓는 일에 말을 빌려주는 본문들입니다. 이 밤의 설교는 새해 소망보다 지난 해 회고에 무게가 실려야 하는데, 회고는 감사와 회개를 함께 요구하기 때문에 설교자에게는 두 가지를 다 놓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정 가까운 시간에 피곤한 회중 앞에서 짧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본문 한눈에

  1. 송구영신 예배는 해가 바뀌는 자정을 끼고 드리는 예배라, 회중은 이미 마음속으로 지난 해를 정리하고 있으며 설교는 그 정리에 성경의 틀을 씌워 주는 일을 맡습니다.
  2. 시편 90편은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날이 얼마나 짧은지를 먼저 세우고(1-11절), 그 위에서 날을 세는 지혜와 손이 행한 일의 견고함을 구합니다(12-17절).
  3. 신명기 8:2-3은 광야 사십 년을 기억하라고 하면서, 그 기억의 내용을 하나님이 낮추시고 시험하시고 먹이신 일로 규정합니다. 회고가 감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을 짚는 일이 되는 이유입니다.
  4. 시편 103:1-5는 자기 영혼에게 명령하는 형식으로 은혜를 하나씩 세는데, 그 첫 자리에 죄 사함이 있고 그 다음에 치유와 구속과 만족이 옵니다.
  5. 그래서 이 밤의 강단은 회중에게 한 해를 세어 보게 하되, 무엇을 기준으로 세는지(하나님의 영원, 광야의 훈련, 사죄의 은혜)를 본문이 정해 준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설교가 갈 수 있는 길 셋

날을 세는 지혜 — 시편 90편의 무게를 그대로 두는 길

시편 90편을 본문으로 삼으면 설교는 3-11절의 무거운 대목, 곧 사람이 흙으로 돌아가고 하나님의 진노 아래 날이 소멸한다는 고백을 통과해야 12절의 지혜에 이릅니다. 이 길은 한 해의 끝에 죽음과 유한함을 정직하게 말할 수 있어서 회중이 가볍게 넘긴 것들을 다시 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대신 어둡게만 끝나지 않도록 14절의 아침과 17절의 은총이 결론에서 실제로 무게를 갖게 해야 합니다.

광야를 기억하라 — 신명기 8장으로 올해의 어려움을 다시 읽는 길

신명기 8:2-3은 어려웠던 한 해를 지나온 회중에게 그 어려움을 하나님의 훈련과 공급의 자리로 다시 읽게 해 줍니다. 이 길은 특히 교회나 지역이 실제로 힘든 해를 보냈을 때 설득력이 있고, 만나를 먹이신 일을 올해의 구체적인 공급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고난이 하나님의 시험이라고 단정하는 말은 본문이 이스라엘 공동체에게 한 말을 개인의 상처에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 표현을 조심스럽게 고르는 비용이 듭니다.

은혜를 잊지 말라 — 시편 103편으로 감사를 세어 보는 길

시편 103:1-5는 은혜를 잊지 말라는 명령과 그 은혜의 목록을 함께 주기 때문에, 회중이 자기 한 해에서 같은 항목을 찾아보게 하는 설교가 됩니다. 이 길은 감사가 막연한 정서가 아니라 목록이 되게 하며, 첫 항목이 죄 사함이라는 점에서 회개도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요구되는 것은 설교자가 먼저 그 다섯 항목을 올해 교회의 실제 일과 짝지어 보여 주는 준비이며, 그것 없이는 본문 낭독에 그칩니다.

이 본문에서 흔히 어긋나는 자리

송구가 영신에 잡아먹히는 문제

송구영신 설교는 자주 지난 해를 두어 문장으로 지나가고 곧장 새해의 비전과 표어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시편 90편이나 신명기 8장을 읽어 놓고 정작 본문이 요구하는 회고와 기억은 하지 않은 셈이 됩니다. 새해 이야기는 신년 주일에 다시 할 수 있으니, 이 밤은 뒤를 돌아보는 데 시간을 남겨 두는 편이 본문에 가깝습니다.

어려운 절을 건너뛰는 문제

시편 90편에서 3-11절의 죽음과 진노, 신명기 8장에서 낮추시고 주리게 하셨다는 말, 시편 103편에서 죄 사함이 첫 자리라는 사실은 자정 예배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보여 자주 생략됩니다. 그러나 그 절들이 빠지면 지혜도 감사도 뿌리 없이 떠 있게 되고, 회중은 올해 실제로 겪은 상실과 실패를 설교 안에서 만나지 못합니다. 짧게라도 그 절을 소리 내어 짚고 지나가는 것이 회중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회고가 예화와 감상으로 대체되는 문제

한 해를 돌아보는 설교는 설교자 자신의 한 해 이야기나 감동적인 연말 예화가 본문을 밀어내기 쉽습니다. 시편 90편의 회고는 하나님의 영원을 기준으로 삼고, 신명기 8장의 기억은 하나님이 하신 일을 내용으로 삼는데, 예화가 길어지면 기준과 내용이 사람 쪽으로 옮겨 갑니다. 예화 한 편의 길이가 본문 해설의 길이를 넘지 않는지 미리 재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설교하신 뒤 스스로 물을 다섯 가지

  1.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대목에서, 교회와 회중이 올해 실제로 겪은 일(장례, 이사, 새 가정, 병상, 예배당 일)을 구체적으로 몇 번 언급하셨는지, 아니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말로 지나가셨는지 녹취록에서 세어 보십시오.
  2. 시편 90편을 본문으로 삼으셨다면 3-11절이 설교 안에서 실제로 언급된 횟수와, 12절 이후로 넘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몇 분이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3. 신명기 8:2-3의 낮추심과 시험을 올해의 어려움에 연결하실 때, 회중 개개인의 고난을 하나님이 주신 시험이라고 단정하는 문장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표현이었는지 찾아보십시오.
  4. 시편 103:3-5의 다섯 가지 은혜 가운데 설교에서 이름을 부른 것이 몇 개였고, 그중 첫 자리인 죄 사함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각 항목에 올해의 실제 일이 하나라도 짝지어졌는지 보십시오.
  5. 새해에 관한 말이 설교의 몇 분 지점에서 시작되어 전체의 몇 분을 차지했는지 시계로 재어, 회고와 전망의 비율이 준비하실 때 정하신 대로였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적용이 붕 뜨지 않게

이 본문들의 적용은 감사하며 새해를 맞읍시다 같은 방향 제시로 끝나기 쉬운데, 그것은 회중이 예배당을 나서는 순간 사라집니다. 본문이 요구하는 것은 날을 세는 일, 기억하는 일, 은혜를 잊지 않는 일이고, 셋 다 실제로 손을 움직여야 하는 동사입니다. 그래서 착지한 적용은 회중이 이번 주 안에 무엇을 세고 무엇을 적고 누구에게 말할지를 한 문장으로 지목합니다.

이 설교 녹음으로 리포트 받기Preaching Lab 이 무엇인지 보기

함께 보실 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