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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예식 · 창세기 2:18-25 · 고린도전서 13장 · 에베소서 5:21-33 · 전도서 4:9-12

결혼예배 설교 — 두 사람이 한 몸이 되는 자리에서 강단이 맡은 몫

결혼예식 설교는 교회력에 없는 절기이지만, 한 해에 여러 번 강단에 서게 되는 자리이고, 회중의 절반 이상이 교회 밖에서 온 분들인 드문 기회이기도 합니다. 창세기 2장, 고린도전서 13장, 에베소서 5장, 전도서 4장은 저마다 다른 일을 하는 본문인데도 예식장에서는 자주 하나의 덕담으로 뭉개집니다. 이 자리가 설교자께 조용히 요구하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신랑 신부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하나님 앞에서 말하는 일이며, 그 둘이 갈라지지 않았는지는 예식이 끝난 뒤 녹음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본문 한눈에

  1. 창세기 2:18-25는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하나님의 판단에서 출발하여, 돕는 배필을 만드시고, 부모를 떠나 한 몸을 이루는 결혼의 질서를 창조 안에 세웁니다.
  2. 고린도전서 13장은 본래 은사로 분열된 교회를 향한 말씀이며,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오래 참고 시기하지 않는 행동의 목록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랑이 영원히 남는다는 종말의 지평으로 끝납니다.
  3. 에베소서 5:21-33은 서로 복종하라는 21절에서 시작해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다른 요구를 하되, 32절에서 결혼 자체가 그리스도와 교회의 비밀을 가리킨다고 선언합니다.
  4. 전도서 4:9-12는 혼자보다 둘이 낫다는 실제적 지혜를 넘어지고 추위와 위험이라는 삶의 실물로 말하며, 세 겹 줄이라는 표현으로 둘 사이에 셋째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5. 이 날 강단이 맡은 몫은 축사가 아니라 선포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칭찬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사랑을 만드시고 지키시는 분을 회중 앞에 세우는 자리입니다.

설교가 갈 수 있는 길 셋

창조의 질서로서의 결혼 (창세기 2장)

결혼을 두 사람의 선택 이전에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로 놓고, 떠남과 연합과 한 몸이라는 세 동작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이 길은 결혼을 사적 계약이 아니라 공적 언약으로 세워 주는 힘이 있습니다. 대신 24절의 부모를 떠난다는 말을 한국의 가족 문화 안에서 어떻게 말할지 미리 정하셔야 하며, 양가 부모님이 앞줄에 앉아 계시다는 사실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비밀 (에베소서 5장)

결혼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신 방식의 그림자로 보고, 신랑 신부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설교의 중심에 두는 길입니다. 교회 밖에서 오신 하객에게 복음을 가장 자연스럽게 들려드릴 수 있는 통로입니다. 다만 22절과 25절을 어떻게 나누어 말할지, 21절의 서로 복종을 어디에 둘지는 교단과 신학 전통에 따라 강조점이 다르므로, 목사님 자신의 전통 안에서 정직하게 말씀하시되 이 본문이 가정 안의 권력 서열표로 들리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사랑의 실물과 넘어짐 (고린도전서 13장 · 전도서 4장)

사랑을 감정이 아니라 오래 참음과 일으켜 세움이라는 동작으로 그리고, 결혼 생활에 반드시 오는 넘어짐의 날을 예식 당일에 미리 말해 두는 길입니다. 가장 실제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 설교가 되기 쉽습니다. 대신 고린도전서 13장이 본래 교회 공동체를 향한 말씀이라는 사실을 한 문장이라도 짚어 주지 않으면, 본문을 결혼식 낭독문으로만 소비하는 셈이 됩니다.

이 본문에서 흔히 어긋나는 자리

축사와 설교가 구분되지 않음

신랑 신부의 이력, 만남의 과정, 부모님의 수고를 말하다 보면 본문은 처음에 한 번 읽히고 다시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객이 기억하는 것은 두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이지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가 아닙니다. 본문으로 돌아오는 문장이 설교 중반 이후에 한 번도 없다면 그날 강단은 사회자의 자리였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을 신랑 신부에게만 좁힘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말씀을 두 사람 사이의 일로만 풀면, 4-7절이 나열하는 동사들이 결혼 조언 목록으로 줄어들고 8-13절의 영원과 온전함은 아예 읽히지 않습니다. 이 장은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기 전에 사랑 없는 은사가 무엇인지 말하고, 사랑을 끝내 하나님을 대면하는 날과 잇습니다. 그 지평을 잘라 내면 하객에게 남는 것은 좋은 시 한 편입니다.

에베소서 5장의 어려운 절을 건너뛰거나 한쪽만 읽음

22절만 읽고 25절을 가볍게 지나가면 아내에게만 무거운 설교가 되고, 반대로 22절을 아예 빼면 회중 가운데 성경을 아는 분들이 설교자가 본문을 피했다는 것을 압니다. 어느 쪽이든 21절의 서로 복종하라는 틀과 32절의 그리스도와 교회라는 열쇠가 빠지면 이 본문은 부부의 역할 분담표가 됩니다. 어떤 전통에서든 이 본문의 무게중심은 25절 이하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에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설교하신 뒤 스스로 물을 다섯 가지

  1. 본문을 처음 읽은 뒤 설교가 끝날 때까지, 본문의 특정 절을 다시 언급하거나 그 절로 돌아온 지점이 몇 번이었는지 녹음에서 세어 보셨는지요. 후반부 5분 안에 본문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디서 본문을 놓으셨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2. 신랑 신부의 이름과 이력, 만남의 이야기에 쓴 시간과 하나님이 하신 일을 말한 시간을 재어 비교해 보셨는지요. 둘의 비율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분 단위로 적어 보십시오.
  3. 그리스도의 이름이나 십자가, 복음이 명시적으로 언급된 문장이 몇 개였고 그 위치가 어디였는지요. 마무리 기도에서만 나왔다면 설교 본문 안에서는 없었던 것입니다.
  4. 에베소서 5장을 본문으로 하셨다면 22절과 25절에 각각 몇 문장을 쓰셨는지, 21절과 32절을 소리 내어 언급하셨는지 녹취록에서 찾아보셨는지요. 창세기 2장을 본문으로 하셨다면 24절의 떠남을 말씀하셨는지, 아니면 연합만 말씀하셨는지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이 됩니다.
  5. 교회 밖에서 오신 하객이 뜻을 모를 낱말(언약, 은혜, 성화, 헬라어 원어 등)을 풀이 없이 쓴 곳이 몇 군데였는지 녹취록에서 표시해 보셨는지요. 그 낱말들 중 설교 안에서 한 번이라도 일상어로 바꿔 말한 것이 있었는지도 함께 보십시오.

적용이 붕 뜨지 않게

결혼예식 설교의 적용은 대개 서로 사랑하며 사십시오나 하나님을 가정의 중심에 두십시오처럼 방향만 있고 첫걸음이 없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 문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첫 주에 두 사람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착지한 적용은 본문의 동사 하나를 골라 이번 주 안에 할 수 있는 크기의 행동으로 바꾸어 놓고, 그것이 신랑 신부만이 아니라 앉아 계신 부부와 혼자 오신 분에게도 닿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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